동인들과의 대화

남편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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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2-13 12:17 조회3,651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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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필) 남편과 나 
 
 남편과 사귀기 시작했을때 고시원 이사를 하게 되면서 짐정리하여 우리 집에 짐을  같이 갔다주려 가면서 본의 아니게 친정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친정아버지는 서른살이 넘은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온 데다가 한 번 남자쪽 집안에서 나의 외모(155cm의 작은키, 전 남자친구는 182cm) 를 트집잡아 연애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 있어서 내심 걱정이 되셨던지 결혼 할 것 아니면 여자친구집에 오는 것이 아니며, 우리집에 오기전에  먼저 남자쪽 부모님께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역정아닌 역정을 내셨다.


 남편은 착한 사람이고 순종적인 사람이고 어른들에게는 매우 공손한 사람이다. 나는 아무리 어른이라도 이치에 맞지 않으면 바로 네를 할 수 없고 어른이 보시기 안 좋은 토를 다는 성격이지만, 남편은 나와 반대인 성격이라 영암 친정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시댁인 군산에 바로 같이 인사를 드리려 갔었다.

 

시댁은 2층 양옥에 넓은 정원이 있는 꽤 멋진 집이였고, 식사 시간에 맞춰서(점심인지 저녁인지는 기억이 안남) 가서인지 긴 상에 각종 반찬들이 휘황찬란하게 차려져 있었다. 반찬도 너무 맛있엇고 가짓수도 10가지도 넘었었다. 첫눈에 나는 시댁이 엄청 잘 사는 걸로 생각하게 되었다. 나중에 그게 아니고 어머님이 주택에서 식당을 하고 있어서 반찬가짓수가 많았던 것이다.


시댁 부모님은 새벽부터 일어나 그 많은 반찬을 준비하여 장사를 하여 세명의 자녀를 대학에 보낼 정도로 열심히 사셨던 것 같다. 그리고 순종적인 남편도 중고등학교시절을 바쁜 부모님을 도와 배달도 나가고 식당일을 정말 열심히 도왔다고 한다. 나는 청소년기를 심한 방황으로 보낸데 비해 남편은 식당일 때문에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던 것 같다.


 혹자에 의하면 사춘기를 거치지 않고 무난하게 지낸 사람은 언젠가 한번쯤은 사춘기가 온다고 한다. 그 어떤 경우가 지금 내 냠편이 아닐까싶다. 내 남편은 요즘 사춘기다.적어도 나에게만 그렇다.

 

그는 굉장히 다른사람 배려주의로 일을 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말도 그렇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나에게는 조금 공격적이다. 남편에 비해 내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나, 그다지 나도 나쁜 성격은 아니다.

 

묵묵히 내 일을 잘 감당하다가도 한 번씩 이거 너무 불공평해. 여자의 일생은 너무 힘들다 라고 내 안에서 불평불만이 터지는 순간 남편과 싸움이 생기게 된다. 사실 부부싸움의 대부분이 가사일과 육아 때문이다. 어제 부부싸움을 크게 한 이유가 빨래 때문이였다. 세탁실에서 빨래를 두 가지 종류로 일일히 분류하여 첫번째 속옷과 수건 종류를 세탁기에 넣고 안방  화장실로 갔는데 거기 한 뭉치의 빨래가 쌓여있었다. 순간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남편에게 화살이 날아갔다.

 

 내가 뭐라 했는지 정확치는 않지만 평소에 빨래에 신경쓰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는 내용의 말이었고, 남편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고 그게 부부싸움을 크게 한 일이 되었다. (우린 빨래 때문에 가끔 싸운다) 

 

남편은 이제 막 사춘기 청소년처럼 내가 뭐라 한 마디 하면 이제 그것을 참지 못하고 무섭게 화를 낸다. 나도 만만치 않는 성격, 평소 가사노동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그것을 좋게 좋게 누르며 살고 있던터라 순식간에 누르고 있던 막이 터지고 나도 짜증이 폭발하고 만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남편에게 뭐라 할 일도 아니고 남편도 내 말에 알았어 같이 하자 하면 되는데 우리 부부는 그게 안된다. 나는 말과는 반대로 내심으로 남편이 하는 일을 존경하고 그가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를 많이 이해한다.

 

그래서 나와 똑같이 시간을 배분해서 가사일을 할 정도로 정신적 여유가 있지 않는 위치와 역할을 하고 있고 나는 그것을 이해했기에 가능하면 내가 일상의 일은 처리하려고 애를 쓰며 살고 있다. 

 

같이 회사일을 하게 된 것도 육체적으로 힘들고 신경도 많이 쓰이고  받는 스트레스가 많지만 나름 매일 기쁘게 일을 하며 감사한다. 남편과 나는 회사일이든 뭐든 대화하는 시간이 많다. 만약 같이 일을 안 한다면 대화의 주제와 양이 한정되어 있겠지만, 우리 부부는 하루중 짬짬히 대화를 한다.

 

 물론 그는 내 말하는 방식이 늘 못마땅하고 핀잔도 주고 나도 남편이 뭐라하면 바로 대응하는 불량 부하직원이고 마누라지만 그도 가끔만 빼고 내가 나의 최선과 성실로 회사와 가사,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듯 하다. 속마음을 잘 말하지는 않지마만 아주 많이 취하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당신 자랑 많이 한다고 말해준다.


우리 부부는 사실은 속으로 서로를 잘 이해 하면서도 성격상 티격태격, 혹는 사춘기 애들처럼 격렬히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속담처럼 또 어느새 사이가 좋아진다. 나는 앞으로 남편과 얼마나 많이 싸우며 사랑하며 살아갈 지는 모르겠지만, 이 생이 다하는 날까지 그를 잘 보좌해주며 잘 감싸주며 살고싶다. 물론 내 타고난 성품이 다혈질이라 생각처럼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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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팅님의 댓글

키팅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남의 집 가정사를 엿보는 재미와 남의 집 이야기이지만 여느 집에서나 한번씩은 경험해하였을 법한 생활에 이야기를 솔직하게 가감없이 적어 놓은 생활수필이라 공감도 가는 글입니다. 작품에 대해 뭐라고 평하기 보다 글 자체를 공감하며 허깅유님께서 이 글을 쓰실 때의 심정을 헤아려 보려 합니다. 사춘기를 겪는 듯한 남편과 다투며 감정이 상한 마음을 글을 쓰면서 마음을 추스리고 더 나아가서 사업을 운영하며 겪는 남편의 스트레스를 애처러워 하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 그렇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고운 마음이 생기고 나면 자신의 마음도 금방 풀리곤 하지요.
허깅유님에게 글은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고 정리하는 도구.
"남편과 나" 잘 읽었습니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축복 가득하시기를 기원하며 얼마 남지않은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안녕하세요? 키팅님, 외롭지 않는 크리스마스 지내셨는지요?  저는 해피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즐거운 점심휴식시간입니다.  직원 감원으로 품질쪽 일까지 4가지일을 다 해주니 남편이 요즘 가사와 육아도 자주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키팅님은 결혼하셨는지요?  결혼해 보니 어느 한쪽이 좀 더 이해해주고 오래 참아주고 배려해주면 결국은 다른 한쪽도 변하는것 같아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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