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한 편 써봤습니다 ㅋㅋ개허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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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디홉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7-09 17:57 조회5,218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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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보면
내가 가끔 지나던 건 볼품없는 길이었다.
갈라진 도로는 얼마 지나지도 않는 자동차들을 정신없이 덜컹이고
세월이 낙서한 표지판은 거미들의 밥상.
몇년을 뿌리도 안 썩고 제자리 지키던 잡풀들이 바다바람에 너풀거리던
목적 없이는 아무도 신경을 안 쓸 그 길.
남한의 최 오지, 최북단을 가로지르는 외로운 길에 대한 짤막한 소감
근데 거기서도
야금야금 날 잠시 허문 길 위에 머물게 하는 신호들이 있었다
푸른 바다가 태양을 식히며 풍경의 한 면을 장식하는
그 수평선이 뒤로 펼쳐진,
시간을 덧없이 머금고 외로운 여행자들에게
기다림을 강의하던 늙어버린 신호등 앞에 섰다.
붉은색을 내뿜으면... 해안절벽 너머를 향해 지루하게 뻗어나가는 나그네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토닥이는 듯 했다
매일 마주하는 자신의 터전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듯이
나의 가슴 속으로 속삭임이 비집고 들어오는 듯 했다
떠나는 사람은 시간만 소중해할 줄 안다고. 정말 그랬다
바다와 눈이 마주치면 파도가 답해줬을까? 어두운 밤들과 동해의 햇살 사이로
늙은 신호들과 바다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까.
내가 항상 지나던 이 길위로 파란등이 켜졌다.
그런데 아직도 별볼일 없는 길이었다. 거짓말처럼 난 다시 출발해야 했다.
그냥 한 찰나의 기억이 되겠지 하고 생각하자
더 현명해질 내가 다시 올 이 길을 위해서 말이다
댓글목록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한가롭게 단어를 음미하면서 읽으면 내용이 들어오는 시입니다.~
키팅님의 댓글
키팅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동인들과의 대화 게시판에 올린 동일 작품 게시 글에 댓글 남겨 놓았습니다.
별빛천사님의 댓글
별빛천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