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회원 작품

하얀 글자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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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러블리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1-16 20:49 조회2,03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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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이 백송이 떨어지는 소리에 밤이 깨어나지

꽃잎들은 모두 눈물로 만들어졌나

 

날 찾아온 당신,

네모 칸 원고지 안에서 무엇을 그리며 슬퍼하고 있나요

 

머릿속 저 깊은 곳에 바다 속으로 당신을 초대할게요. 오늘 같은 날이면 달이 떠올라요 합평지가 오선지가 되어, 글자는 조각조각 빨랫줄에 널어지고 구겨진 종이뭉치는 무덤이 되어 이름 없는 비명아래 스러져가지요. 누군가에게 선택 받지 못한 문장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요. 잔털처럼 하얗게 일어난 글자의 잔해들은 망령이 되어 이곳에 살아있어요

 

당신이 세운 펜대를 딛고, 난 포인을 해요. 우리는 이 조그만 모서리에 모든 걸 지고 몸을 곧게 세워야 해요. 쉽게 보지 말아줘요 관절을 자유자재로 꺾고 세상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춤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슬퍼도 흐트러질 수 없어요. 왈츠 리듬에 맞추어 언제나 친절한 춤을.

 

새로운 비명이 떠올랐어요. 망령들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답고 늘씬한 문체를 가진 아이, 당신이 가장 아끼던 작품이었던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그녀는 얼굴이 없군요. 눈웃음을 어떻게 쳐야 할지 입 꼬리를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대로 백지장으로 남겨 둔 모양이에요 이목구비들이 벌일 갈등을 찾느라

 

밤이 되면 그들이 생각나요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 이 곳으로 던진 사람들, 꽃피우지도 못하고 피를 흘리며 숨이 끊어졌지만 숲 속에서 누구보다 순결하고 눈부시게 춤을 추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그들이 찾아오면 숨을 끊고 춤을 출거에요. 우리와 함께 한밤의 파티에서 춤을 춰요. 동이 트면 지쳐 숨이 넘어가도록

 

백합을 한 떨기씩 떨구며 당신은 눈물을 흘려요 잡생각으로 꽉 들어차 끈적거리는 강을 맑게 할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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