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회원 작품

사랑, 그 농밀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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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1-30 07:30 조회7,046회 댓글4건

본문

- 사랑, 그 농밀함에 대하여 
 
캐플리트 가문의 유월의 장미정원,
붉은 색들이 향연을 벌려
달빛 아래에서
조개살처럼 활짝 벌려져
핏빛 정열의 화신으로
줄리엣,
너는 반나의 모습으로 창가에 서서
은밀한 유혹을
달빛 사이로 뿜어내는 구나!  
 
줄리엣,
너의 몸은 원숙한 연인의 정취,
향기로운 천리향,
나의 몸은 불꽃처럼 타올라
불을 보고 달려드는
가련한 나방이 되어
너의 곁을 파고들어
로미오라 불리우는 
비운의 몬테규를 떠나
다른 삶, 다른 이름, 다른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서 사랑하고 싶어!
 
 딸기맛 솜사탕처럼
혀끝에 느껴지는 너의 달콤함에
취해
취해 
 
벌어진 입술 끝을 헤집고
내 영혼의 촉수를 내밀며
은밀한 유혹의 입맞춤을 하면
줄리엣,
너는 비로소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이 되어
내 가슴에 큐피트의 화살을 박아놓고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 여겨지지 않는
가슴의 골짜기로 산책나가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묻고
꿀물같은 달콤함을 빨면 
 
빠져나갈 수 없는
두 가문의 오래도록 지독했던
원수관계가 사라지고 
연분홍 환상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꾸지!
 
너의 우유빛 피부사이로
튀어나온 24대의 건반을
감히 어떤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수 있으리요마는 
 
잠시나마
두 가문의 비운을 잊고
나는 천재적 피아니스트가 되고
너는 음율을 밷어내는
피아노가 되고
줄리엣,
너는 비로소 달빛아래에서 전라를 보이며
활짝 벌어진 장미꽃들 사이를
사뿐사뿐 걸어 나와 
 
드디어 우리 하나가 되어
사랑, 그 농밀함에 취해
캐필리트와 몬테규의 오랜 저주를
잊고
달빛아래에서 격렬한 정사로
비운을 잊고
슬픈 결말을 지워버리고 
 
오, 줄리엣
벗겨진 꽃잎 사이로
나는 꿈을 꾸고
너는 그 꿈에 취해
내 사랑에 취해 전라의 모습으로
활짝
활짝
웃는구나! 

 

추천 2

댓글목록

제제님의 댓글

제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름날에
활짝 웃고 있는 검붉은 장미가 연상되는군요
농후한 한편의 연극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
세밀하게 표현하신 한신한신이 감동스러워요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신듯...
여러번 신중히 잘 읽고 잘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한 땀 한땀 장인의 정신으로 쓴건 아니고..ㅎㅎ 저는 시를 쓰는 스타일이 순간 영감이 떠오르면 그냥 쭉 써가는 타입입니다. 신중이 쓰거나 하는 그런 글쟁이는 아니고..냄비같이 금방 끓어오르면 시를 쓰는 타입~`

키팅님의 댓글

키팅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낭송을 하니 더욱더 작품이 멋들어지고 맛깔납니다.
허깅유님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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