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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A bursting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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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3-24 15:57 조회5,264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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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A bursting love) 

 


 
이 겨울이 지나면 언 산에 꽃이 핀다 
 
오직 흙지렁이들 뒤엉켜 잠을 자며 
 
마른 뿌리들 뒤적거려 
 
땅 속 깊은 곳에 잠들었던 송충이들도 긴 추위에 
 
움추려들어 깊은 땅속 침묵을 지켜주었다 
 
언 땅이 언 가슴을 만들고 
 
깊은 침묵이 상한 가슴을 잉태했을 겨울 동안 
 
언 꽃망울도 한날 한때를 지나가며 열애를 꿈 꾼다. 
 
지난 겨울은 산 등성이가 배꼽을 내 보이며 언 손과 발을  
 
쥐어잡고 눈물을 흘려 빙산을 만들었다 
 
오직 꿈을 꾸며 일제히 온 산에 터질 꽃이름을 부르며 
 
한 밤을 견딘다 
 
열애(bursting love)로 달아오를 꽃 잎들이 
 
눈 앞에 나타나길 기다리며 눈을 감는다 
 
조금만 참아요. 
 
긴 시간을 열애로 물들어 꿈을 꾸는 그 날이 옵니다 
 
조금만 참아요
 


랑.  

 

***최근에 쓴 작품 중에 내 스스로도 만족을 느끼는 시입니다.

어쩌다...내가 이런 시를 썼지..하는 그런 시..(자화자찬)

내가 써놓고도 내가 쓴게 아닌것 같고, 시어가 아름다워요..

제가 좀 서정적인 사람이라..ㅎㅎ

추천 1

댓글목록

키팅님의 댓글

키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가운 허깅유 님,
"죽시사"를 잊으시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 다시 찾아 주시고 좋은 작품을 선보여 주시니
너무나 좋습니다.

작품 "열애" 자화자찬하기에 충분하네요.
뿌듯한 작품 하나 짓고 나면 작가에게는 그 이상의 행복이 없지요.
더구나 그 시를 보여주고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면 더욱더 그러하고요.

"꽃망울도 한날 한때를 지나가며 열애를 꿈꿀 때
일제히 온 산에 터질 꽃 이름을 부르며 한밤을 견딘다.
열애로 달아오를 꽃잎들이 눈앞에 나타나길 기다리며 눈을 감는다.
긴 시간을 열애로 물들어 꿈을 꾸는 그 날
산에 꽃이 핀다.
조금만 참아요. 내 사랑"

잘 감상하였습니다. 너무 좋네요.
뜨거운 사랑으로 피어날 꽃들을 기다려 봅니다.

신윤복님의 댓글

신윤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를 읽으니 산의 정경뿐만 아니라 산이 몸소 품은 생명과 마음까지 느껴집니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품은 생명들이 침묵을 지키며 산과 함께하고 추위를 지나 곧 꽃망울을 터뜨려 열애를 시작할 꽃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신윤복님의 댓글

신윤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땅이 언 가슴을 만들고" 라는 말이 특히 더 와닿습니다. 제가 하는 생각은 곧 저를 만들고, 저의 몸가짐이 저의 마음을 만들테지요.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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