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밤 / 양상용 시인

작성일 16-09-22 10:15 | 1,324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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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救援)의 밤
                                        양상용 / 시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하늘에
누군가 가느다란 바늘로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깜깜한 하늘에 구원(救援)의 불빛들이 새어 나온다.
난 그중 가장 큰 구멍을 바라본다.
그 구멍에는 토끼 한 마리가
예로부터 방아를 찧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참을 들여다보았지만 내가 본 것은 눈동자,
그의 거대한 눈동자였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방아를 찧고 있는 내 모습이 비친다.
나를 보며 그는 슬픔에 가득 차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산다는 것은, 행복(幸福)이라며.
산다는 것은, 행복(幸福)해야 하는 거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는 어둠으로 차단(遮斷)되어 있는 밤하늘에 무수한 구멍을 내어
조간신문(朝刊新聞)이 도착할 때쯤 나를 어둠으로부터 구원(救援)한다.
그리고는 그의 세계를 나에게 개방(開放)해 주었다.
하지만 난,
그의 세계에서 옛날부터 해왔던 것처럼
방아를 찧으며 생명(生命)의 고통(苦痛)을 괴로워한다.
오늘도 내게 밤은 찾아오고
오늘도 그는 깜깜한 밤하늘에 구멍을 낸다.
슬픔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침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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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나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것 같습니다.
오랜 내공이 보이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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