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버려진 / 양상용 시인

작성일 16-09-27 18:13 | 1,849 | 8

본문

 

비 오는 날 버려진
                                    양상

아침부터 버려지는 비가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땅바닥에서 부서진다.
주인은 갈 길이 멀어 힘이 드는지
하루 종일 짐 버리듯 버려진다.
그동안에 정(情)도 잊은 채
버리는 이는 홀가분하겠다.

버려진 것은
세상 밖으로 버려질 때까지
초라하게 부서져야 한다.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관심으로 남겨진 뒷골목
버린 이를 버리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외로움을 모르는 이들은 알 수가 없다.
홀로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보내는 동안에
원망(怨望)은 외롭기 전에 일이다.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
화려한 우산을 펴고 걸어가는 사람들 발밑으로
버려진 우산이 홀로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비에 젖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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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가을님의 댓글

가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버린 이를 버리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외로움을 모르는 이들은 알 수가 없다."

인상적입니다.

편지님의 댓글

편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비오는 날 한폭의 풍경이 그려지면서도 여운이 많이 남네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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