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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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깅유 작성일17-09-05 11:35 조회5,448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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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하건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 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
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
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
정수리 깨치고 서늘하게 울려 퍼지는 장군죽비 
 
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저
꿈마저 꾸지 않는 것은 아니나
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 소리에
어둠 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아아. 고백하건데
그 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핀다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을 우러러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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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작성일

내 마음을 앗아가버린 시입니다..가슴이 떨리는 시..저도 이런 시를 쓰고 싶습니다.

키팅님의 댓글

키팅 댓글의 댓글 작성일

마음을 빼앗기셨군요.
한동안 설레여서 가슴 떨리게 하는
그런 시가 좋은 시겠지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을 우러러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허깅유 님의 가슴 떨림이 제게도 전염됐네요. ^^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넵..시집 대박나시길 기도합니다.. 좋은 시는 사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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