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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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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2-08 02:20 조회9,547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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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참 어려운 문제들을 가진 삶인지라, 내 사촌동생도, 올케언니 남동생도, 내 남편의 전 직장동료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부귀영화를 누렀던 사람들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기사를 종종 보게 된다.
나도 이십대는 지독한 마음의 병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엄청난 압력을 받았던 작년 오월쯤에도 죽고싶었다..그러나 나는 천국을 소망하는 사람이기에 참고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많이 했었던 것같다..
 
누군가가 힘들다면 혹시 이 시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죽음은 선택하기 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쉬운일을 포기하고 사는걸, 살아보는걸,  선택하는 순간 오랜 인내를 통해 영혼도 성숙하게 되며 상황도 조금식 좋아지면서 웃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될것이다.
 
 
천국이 없다면 
 
18층 높이에서 우두커니 앉아
아래를 내려다본다
순수한 사랑만 존재한다는
천국이 없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떨어져
낙엽이 되리라 
 
사랑이란
그림자처럼 실체가 없이
움직이며
밟아도 상처없이 되살아 나는 것
그런 믿음도
상처앞에  무너진다 
 
18층 높이에서
아래를 보니 오월의 화단이
화려하다
빨 주 노 초 보라빛 꽃들이
내려오라 손짓한다 
 
천국이 없다면,
순수 사랑만 존재한다는
천국이 없다면
나처럼 초라한 성적표릎
가진 영혼은
살아야 할 의미가 없다 
 
이대로 아래로 떨어져
꽃처럼 환한 빛깔로 태어나,
한 철 피어나 나비를
사랑하다
잠들고 싶다 
 
만약 천국이 없다면
나는 이 생을 지속시킬
의무가 없다 
 
천국은 내가 가야할
영원한 안식의 장소,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맘껏 노래 부를 수 있는
나의 나라
나의 성전
나의 천국 
 
만약 천국이 없다면
살아야 할 소망도 없이
이 길에서 나는 죽어야 하리 
 
하늘 한 번  날아보다
추락하여
피투성이 된 심장을 바라보며
눈을 감으리 
 
심장아
너는 추락하여
내 상처의 기억을 가져가렴.

 

추천 2

댓글목록

신윤복님의 댓글

신윤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깅유님, 사실 저는 올해 9월 경부터 어떠한 큰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살 이유가 사라진 사람으로서 이 곳, 죽지사를 찾게 된 이유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오랫동안 내 삶의 이유였던 사랑이 더 이상 지속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저는 더 이상 살 용기가 없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빈곤으로, 누군가는 이보다 더 큰 이유로 어찌 사랑이 끝났다는 것으로 삶을 저버리느냐 하겠지만 그만큼 저에게는 오랫동안, 살 이유였기에 아직까지도 하루에도 몇번씩 저의 머릿 속에서는 나를 세워두고 빛나는 화살을 심장에 꽂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제 영혼이 공감을 받게 됐고 저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실연...이라..좋습니다..지금이야 죽을것같은 통증을 느낄 것이며,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고 사랑받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박탈감, 허무 등 우울의 강에 깊이 몸을 담그고 계실 시간이겠네요.. 저도 스무살 초반에는 첫정을 주었던 사람에게 외면 받았으며, 중반에는 4년을 사귀고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람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고, 자살하고파서 북한산에 올라가기도 했었죠..
다 지나가서 너무 좋습니다..그때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약이다. 사랑의 상처는 또다른 사랑(아니면 사랑이 아니라도 사람)으로만 치유가 된다고들 했는데, 그 말이 진리였어요..다 지나갑디다..새로운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지나간 일은 아름다운 사치로 기억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실연을 겪지 않았다면, 혹은 여러가지 좌절과 고통이 없었다면 저는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 경험에 의하면, 좌충우돌, 지독한 열병같은 사랑도 해보고, 여러 사람 만나보기도 하고,  실연도, 고통도, 실직의 아픔도 두루두루 겪어보는 것이 젊은 날의 특권이라도 생각하고 그런 특권을 잘 견디고 누리고 극복하다 보면 삼십대가 지나고 사십대가 되면 안정된 정신세계를 가지게 된답니다..

신윤복님의 댓글

신윤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조언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문학에 몸담은 사람과 금기된 사랑을 한 죄로 더 이상 그 사람을 볼 수도, 다가갈 수도 없답니다. 문학을 가까이 하게 된 연유도 그 사람의 세계가 궁금해서 였습니다. 그 사람의 문학이 저이듯, 저의 문학 또한 그대이기에 시를 쓰고 있노라면 그 사람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것 같아 하릴없이 쓰고있나봅니다. 저 또한 연애는 일찍이 많이 해봤지만 마음이 비좁아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을 내보낼 수가 없네요... 그래서 저에게 다가와준 사람들을 내쳤지만, 얼른 잊고 저의 삶을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허깅유님처럼 저도 이러한 고통과 힘듦이 없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허깅유님의 노련함과 안정된 정신세계가 부러워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얼른 시간이 지나 저도 괜찮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그대의 문학이 아닌, 저의 문학이 될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금기된 사랑이라...그 또한 지나고 나면 기억에 액자속에서 한낱 청춘의 장식품으로 남게 됩니다. 십년, 이십년이 지나면  가슴속에 애틋함이 있겠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이라기보다는 아련한 그리움으로만 남게될것입니다. 이제 저는 그런 순수한 사랑은 할 수없는 나이입니다. 그런 금기된 사랑도 할 수 없는 나이입니다. 다 누리시고 기억속에 보물로 남겨두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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