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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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2-28 12:56 조회6,319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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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했다 떨어진 시~
독백- 12월의 노래
비가 오는 12월,
일상에서 벗어나 짐을 챙겨 김포행 공항 버스를 타니
달리는 버스 창에 스치는 빗물이 내 가슴을 타고 내리는 것 같다.
계절은 비슷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감정의 쉼표와 마침표를 주는 것.
하여 삶은 내가 표현하는 순간
한 장의 사진이 되어
기억의 액자에 기록되고
한 권의 앨범이 된다.
다시 시간을 돌려 좌절과 실패와 고통뿐이라도
그 길을 걸어
내 속의 불순물을 걷어내고
순백의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고프다.
비가 창을 스치며
내가 아직 달려갈 길을 인내로
지켜준다.
삶이 다정스런 빗물로
가슴을 에워싸며
안녕하며
인사를 하고.......
.......
버스 창을 예고도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빗방울처럼
어느덧,
낯선 사람들이 여행용 가방을 들고 탔다가
제 각각 비행기표를 들고 사라져갔다.
인생의 여행길이 나그네 된 사람들의 촬영지,
계절의 시작과 끝자락을 스쳐가며
나름의 기억을 고통 속에, 아픔 속에, 기쁨과
감격 속에
하나 하나 사연을 기록하여
흑백필름의 아련한 여백으로 긴 이미지를 남긴다.
12월의 빗물이 비행기 양 날개를 적시며
하늘로 높이 올라가
잠시 잠깐 세상의 잡다한 감정의 찌꺼기로 변환되어
저 아래 땅으로 쏟아버리고,
삶이 이파리도 없이 벌거숭이 된 나무에
오롯이 앉아
미소 지으며 비워짐의 이치를 가르친다
이런 12월의 느낌이 있어 참 좋다.
내 눈이 저 먼 곳, 우주 저 편의 전능 자를 본다
이제는 그가 내 편임을 알기에
나는 두려움 없이 앞으로 전진한다.
비행기가 높이 날았다.
이 비행기가 내 목적지까지 무사히 실어다 줄 것이기에
타는 동안 나는 내 잔을 다 마실 것이다.
이런 날, 이런 계절에 나는 몽롱한 한 낮의 잠을 취해보며
내 자신에게 말한다
'좀 쉬었다 가자! 내 영혼아'
댓글목록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재작년(2015년)12월초에 친정엄마가 무릎관절 수술로 여수 애양원에 입원하여서 간호하려 비행기를 타고 여수 내려가면서 썼던 시이다..그 때 그느낌이, 오늘밤 다시 읽어도 느껴진다. 아! 내가 지은 시지만 좋다..^^
키팅님의 댓글
키팅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삶의 사색이 짙게 베인 향기로운 시 같아요.
"버스 창을 예고도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빗방울처럼", 삶은 "내 가슴을 타고 내리는 것 같다."
비가 오는 12월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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