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회원 작품

분실된 우산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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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0-28 01:35 조회3,609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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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된 우산의 호소(呼訴)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묵묵히 내 손 잡고 날

지탱해주셨죠, 당신은. 

 

비가 그쳤어요, 더 이상

그 검은 왕관 젖을 일은 없어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당신 돌아온다고 여전히 희망하는 나, 고깝네요. 

당신 한 가득 실은 그 열차가 막차였거든요. 

 

일회용 운명임을 알았어요. 그럼에도

당신 집 안쪽, 하얗게 칠한 철문 옆에 꽂혀

당신 마중하며 녹슬어보곤 싶었네요. 

 

끝까지 들고 다니기엔 부끄러웠나요. 

내 분홍빛 보고 떠올랐던, 대학 보낸 딸아이가

마침 텅 빈 기차역 벤치에까지 침범했나요.

 

당신 대신 젖기 위해

내 겨드랑이 벌렸지요. 

오죽했겠어요. 

 

밤비 이슬 돼 고여 

달빛 가득 담은 채

새벽 기다릴 무렵

 

분실하지 마요, 그대. 

그래도 그대는 

비 맞으면 

아니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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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키팅님의 댓글

키팅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타님^^
개인적으로 이 작품 너무 맘에 드네요.
분실된 우산의 호소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오타님의 댓글

오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신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괘씸한 바람이지만 키팅님이 긴 댓글을 달려있으면 하며 사이트를 들어오곤 합니다.

강점이던 약점이던 콕 집어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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