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내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2-11 12:35 조회12,614회 댓글6건관련링크
본문
사공
강 가운데에 보트가 있었다. 아마도 줄이 풀려 흘러간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주인이 보이지 않아 훔쳐 타기로 했다. 가슴이 쿵쿵 뛰는 것도 같았지만 이 마음을 죄책감이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아서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잔잔하고도 단순했다. 노를 저었더니 물살을 시원하게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방향을 바꿔가며 노를 젓다가 금세 힘이 빠져 드러누웠다. 벌렁 누웠더니 한 쪽으로 쏠리는듯하다가 곧 다시 평온해졌다. 강 아래쪽까지 궁금하지 않았다. 하늘을 하염없이 보았다. 청명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재미가 있는 흐름이었다. 이따가는 비가 조금 내릴 것도 같았다. 아래로는 나무의 거칠음과 위로는 습기 높은 공기의 아늑함이 기분 좋게 짓눌렀다. 집에 놓고 온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내가 배를 훔쳐 탔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할 거였다.
문득 우스워졌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배를 훔쳐 탄 사실이, 집에 있을 평온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배의 주인이…. 모든 것이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소리를 내며 커다랗게 웃었다.
강 건너편의 낚시꾼의 시선이
멍하니 이 쪽으로 날아들었다.
-
이번에도 하나 적어봅니다 :)
댓글목록
허깅유님의 댓글
허깅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나님의 시 몇편과 화연님의 시들을 쭉 읽어보았습니다...전혀 다른 사람일것이고, 다른 인생을 사시고 계실 것 같은데..저는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몰론 어조는 다릅니다. 내나님은 여성스러움이 엿보이고 화연님은 닉네임에서 여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어는 다소 남성스럽습니다.
두 분다 조심스런 본인만의 성을 쌓고 계시고, 시들도 모두 추상적입니다.
시평론가는 아니나 제가 두 분의 시만 골라서 읽어서 그런지 제 감상평이 그렇습니다.
사공은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동양화에 나옴직하며 강태공이 낚시를 즐기는 한가로운 모습같습니다.
다만, 마무리가 조금 미흡합니다....그림을 그리다 낚시줄을 그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대체적으로 어감과 어휘 줄거리 흐름은 좋습니다. ^^
내나님의 댓글
내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저 또한 마무리가 사실 썩 마음에 들진 않았었는데, 그게 다 보이는군요ㅎㅎㅎ 허깅유 님의 통찰력이 엿보입니다.
길게 감상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심한 분석에 놀랐습니다ㅎㅎ)
허깅유 님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할게요!!
화연님의 댓글
화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산문시의 강점은 문법적으로 맞는 말을 쓸 수가 있다는 겁니다. 확실히 내나 씨의 시는 여성적인 어조가 돋보입니다. 환상적인 문체를 갖추고 있는데 내용은 추상적이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구체적입니다. 산문시라서 그런지, 구체적으로 서술된 것 같아서 뭔가 이 시의 강점이 약해진 기분입니다. 저는 뭐랄까 이 시가 운문이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나님의 댓글
내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느낌이 들 수가 있군요! 이 시가 운문이거나, 좀 더 추상적인 느낌이 들면 좋겠다는 의견,,, 감사드립니다. 사실 처음엔 매우 추상적이었는데 사람들이 읽다가 포기할 것 같아 많이 고쳤습니다ㅠㅠ
감상평 감사합니다!!! 참고해서 수정 해봐야 겠어요 :)
겨울시님의 댓글
겨울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벌렁 드러눕고 잠 든 사람들은 꿈 속에서나마 사공의 꿈 이룬 듯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내나님의 댓글
내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니 놀라워요! 역시 읽는 사람마다 느낌이 모두 다른가 봅니다.
사실 씁쓸한 마음으로 쓴 거긴 하지만.... 겨울시 님이 받아들인 느낌이 가장 정답이지 않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신댓글